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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기고] 건설산업 재도약은 ‘건설현장 안전관리’부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01-15 오전 10:38:18 • 조회수 539 건설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은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수준이 개선되었고 사고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을 여전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대 이후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투자와 해외진출로 국가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던 건설산업은 높은 기술력과 역량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건설인의 자부심도 컸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크게 기여해온 건설산업의 이면에는 슬픈 현실이 숨어있다. 지금 현재도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되고 있고,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정책은 성장 위주로 추진되었으며, 안전사고의 심각성에 대한 건설관계자의 인식이 부족하고 건설현장의 다양한 특성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안전제도나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간 및 소규모 건설현장은 상대적으로 안전사각지대로 인식되고 있어 건설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는 ‘국민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안전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의 막중한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도 있다. 정부는 ’19년 3월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대책, ’19년 6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안전강화 종합대책, ’20년 4월 건설안전 혁신방안, ’20년 6월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등을 마련하여 이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사고는 줄지 않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회원국 중 안전체감도(13위)와 안전중시도(12위)가 모두 낮았다. 주변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안전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모순적 경향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생산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한 심리학자는 분석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부모의 사랑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함께 보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건설현장도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준과 원칙을 준수하는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부터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안전의 생활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 사람의 생명과 가치에 비하면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비용의 증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규제와 처벌도 필요하지만 점검과 처벌을 앞세워 상황이 제각각인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건설현장에는 수많은 자재, 중장비, 인력이 오가고, 참여주체도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원청사, 하청사, 근로자 등 다수이며 사고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규제와 처벌은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정부의 안전정책도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건설참여자의 안전의식 혁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업도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어느 산업보다 위험도가 높은 건설현장에서 모두가 안전의식에 대한 혁신을 실천하여야 한다. 기업은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작업이나 공정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안전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하지만 제도나 노력이 없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건설현장의 관행화된 안전 불감증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건설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작업자의 부주의 70%, 작업환경 불량 23%, 안전장구 불량 등 기타 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사고임을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근로자도 변해야 한다. 작업환경을 꼼꼼히 확인하고 안전모, 안전대 등 안전보호구 착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는 사소한 실수와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재해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업 중 위험요소가 있으면 작업중지권을 행사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이러한 안전대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만 된다면 재해발생이 최소화되고 작업자의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해마다 4백 명이 넘는 근로자의 죽음이 일상화되는 것을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건설산업의 미래는 없다. 건설산업은 지난 70여 년간 우리 경제를 일으키고 뛰게 한 심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겪으며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변곡점 위에 서 있다. 건설산업은 이제 가격 중심의 노동집약형 산업이 아닌, ‘기술력 중심의 스마트산업’으로 근본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과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문화가 산업 전반에 깊이 뿌리내릴 때 건설산업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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